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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구좌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5-01-16 00:00
조회수
72

오랜만에 제가 글을 쓰는 군요.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되면 각자 생기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 구좌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 사람에게는 저에 대한 신뢰 구좌가

개설되는 것입니다.

 

이후, 만나면 만날 수록, 둘 사이에 interaction 이 있으면 있을 수록

그 구좌에는 신뢰 금액이 입금(deposit)이 되기도 하고, 인출(withdraw)

되기도 합니다.

 

잔고(balance)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은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아직

신뢰 금액이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이자도 복리로 붙습니다.

 

잔고가 얼마 없는 사람은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까딱하다간 마이너스가

될 테니까요.

 

잔고가 크게 마이너스인 사람은 인생이 피곤해 집니다.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 대출이 안되는 것입니다. 웬만큼 지속적으로 입금하지

못하면 플러스 잔고로 회복이 어렵습니다.

 

지도교수와 여러분은 여러가지 일로 interaction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내 보라고도 하고, 장비를 사라고도 하고,

재료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보라고도 합니다. 때로는 전혀 해보지 못한

실험을 알아서 공부해서 해 보라고도 합니다. 논문도 쓰라고 하고,

보고서, 제안서 등도 쓰라고 합니다. 때로는, 연구실이 지저분하다고

그 날 마침 연구실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유로 연구실 청소를 시키기도

압니다.

 

내가 뭐 실험실 뒤 치닥거리나 하려고 여기 왔나’,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해

나중에 하자’, ‘모르겠다. 이렇게 써서 드리면 교수님이 알아서 교정해

주시겠지’, 하고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다. 교수님이 기억하는 걸

내가 잊습니다. 이렇게 계속 되면 신뢰 구좌의 잔고가 계속 내려가겠지요.

 

교수도 느낌이 있는 사람입니다. 힘든 일이나 무리한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사실, 그 학생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교수가 해야할 임무 중

하나입니다 아래 최악의 교수는 누구인가를 읽어 보십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몇 일, 또는 몇 달씩 끙끙대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오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학생에 대한 신뢰 구좌는 어떻게 될까요.

 

연구실에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는 자유롭게 연구하기를 바라고

연구실에 나오는 시간에 대해 일일이 체크하지 않습니다. 주말도 최대한

보장해 줍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몇 년을 지켜보면서

신뢰 구좌의 평잔(평균 잔액)이 마이너스가 된 사람한테는 교수가 일일이 챙기게

됩니다. 자기가 할 일을 책임있게 완수하는 사람은 평상시에 연구실에 보이지

않아도 신뢰 구좌의 신용에 의해 어딘가에서 열심히 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비나 재료 구매에 대해 연구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에게는

교수가 자세히 챙깁니다. 몇군데 알아보라는 둥, 가격 딜은 어떻게 하고,

구매 절차는 누구와 상의하라는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얘기해 줍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일을 시켜보니 일을 잘 해내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믿고 일을 맡기기 시작합니다. 하나를 주면 둘을 만들어 가지고 옵니다.

이 학생이 자기 실험에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장비는 믿고 구매하라고

합니다(그럴 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이런 실험을 해 보겠다고

하면 해 보라고 합니다.

 

이 학생은 자신을 믿어주는 교수가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지 편합니다. 실험실에서도 선배, 동료, 후배가 알아줍니다.

 

, 이제 지금 혹시 교수나 선배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생각하십시요. ‘, 나의 신뢰 구좌가 비었구나!’

 

해결책은 있습니다.

 

다시 분발해서 열심히 신뢰 구좌에 입금을 계속하면 됩니다 ^^.

 

그러면, 언젠가는 신뢰 구좌가 두둑한 학생에게 교수님이 대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렇게 대해 줄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신뢰 구좌가 좀 있다고 방심하지 마십시요.

 

시나브로 바닥날 수 있으니까요!

 

2005-01-16 윤 준 보